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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광주·전라

[고창] 시간이 멈춘 숲속의 봄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by @taco@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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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 유적지 인근에는

운곡 람사르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내친 김에 예정에 없던 운곡습지까지 다녀왔다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생태탐방코스는

탐방안내소를 기준으로 4개의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소요시간과 거리는 다음과 같다

 

1코스 : 3.6km (50분)

2코스 : 9.6km (2시간 30분)

3코스 : 10.2km (3시간 30분)

4코스 : 10km (2시간 50분)

 

 

 

 

사실 습지까지 갔다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탐방안내소 가이드분께서

한번쯤 갔다오는 걸 강추하시길래

정상적인 4개의 코스가 아닌

가이드가 추천한 별도 코스로 다녀오게 되었다

소요시간은 왕복 50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되어진

생태연못이 있는 오베이골 습지

 

오베이골은 고창 운곡습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 마디로 별칭이라 할 수 있는데

과거 이곳은 배나무가 많은 골짜기였고

까마귀들이 자주 날아들었다고 해서

까마귀(오) 배나무(베) 골짜기(골)의 합성어로

오베이골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1980년대 초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 지역에 운곡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이후 사람이 떠난 자리에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며

지금의 람사르습지 운곡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바로 오베이골 습지의 기적적인 변신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베이골은 단지 옛 지명이 아닌,

자연이 회복하고 부활한 장소를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운곡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서

공식명칭은 '운곡습지'가 되었지만

현지 주민들이나 생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오베이골 습지'란 말도 함께 쓰인다고 한다

 

 

 

 

대부분 모로모로 탐방열차를 타고

운곡저수지나 생태공원을 찾아가지만

우린 가이드분이 알려준 길을 머리속에 담아

운곡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은 외길이라 그리 헷갈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시로 안내도를 확인하며

운곡습지 관찰로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운곡람사르습지 안으로 들어갈 때는

생태교란외래종 식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발을 꼭 털고 들어가야 된다

그래서 그 옆에는 습지보호용 신발털이개가 있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고개를 넘어가는 지점에

이곳이 고창운곡 람사르습지임을

알려주는 돌비석이 놓여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운곡람사르습지 안으로~

왠지 쥬라기공원의 공룡들이 나올듯한 분위기다

 

 

 

 

고창 운곡습지는 산지형 저층습지로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이

보전된 지역이라고 한다

 

 

 

 

이제 갈림길이 나오고

가이드가 알려준대로 왼쪽 데크길로 간다~

 

 

 

 

데크길은 폭이 많이 좁아서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안내표시도 나무를 새 모양으로 만들어서 해놓았다

 

 

 

 

운곡습지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물이 고여 있지만 죽은 물이 아니라

스스로 맑아지고 숨 쉬는 살아 있는 물!!

 

물이 머무는 곳마다

물잠자리, 개구리, 작은 어류들이 꿈틀거린다

다람쥐가 머뭇거리다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도 보인다

 

 

 

 

잠시나마 데크길을 벗어나

습지 바닥으로 내려가 본다

 

하지만 곧바로 올라왔다

 

 

 

 

여기서는 조용히 보는 것이 최고의 관람법이다

자연은 떠들썩한 발걸음보다

조용한 눈빛을 더 좋아하니까...

 

 

 

 

조금 더 가니 데크길의 마지막이 나온다

아마도 여기가 가이드분이 알려주신 곳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아니더라도 더 이상 갈 생각은 없다

 

 

 

 

이 습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떠난 후' 비로소 살아났다

1980년대, 발전소 건설로 주민들이 이주한 뒤

사람의 간섭이 사라지자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시작했다

 

그렇게 30여 년이 흐른 지금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이곳은

생물 830여 종이 살아가는

생명의 요람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 깊게 숨을 들이쉰다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풀 내음, 물 내음, 흙 내음이 가슴에 닿는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잠시 자연 속으로 귀의한 시간 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앉아 있었나 모르겠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람사르습지란

1971년 이란의 '람사르'라는 도시에서 채택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따라

등록 보호되고 있는 습지를 말한다

 

즉, 람사르협약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연생태계를 보호하자고 체결된 국제 협약이다

 

고창 운곡습지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한 습지이면서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생태 연구 및 교육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우리나라의 17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엔 2024년 기준 총 25곳의

람사르습지가 있다고 한다)

 

고창 운곡습지는 과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은

자연 그 자체였다

습지 생태계를 직접 보고 걸으며

자연의 흐름을 잠시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코스를 찾아가던 상관없다

그저 북적이지 않고

사람보다 자연의 소리를 더 듣고 싶다면

고창 운곡습지는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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