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가 물씬 뿜어져 나오는 요즈음
무작정 브롬톤을 차에 싣고 가까운 경주를 찾았다
자주 가보는 경주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IC 들어가는 차들이 가다서다 반복한다
나들이객 차량 행렬로 사실 3Km 정도 전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이런 날엔 관광지 어디든 차가 안 밀리는 곳이 없을 듯 하다
차가 고속도로에서 서행하기 시작해서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까지 30분 정도 소요됐다
하지만 톨게이트 위에 우아하게 얹혀 있는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을 볼 때면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경주를 방문한 설레임을 느끼게 해 준다
경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
신라의 미소라고도 불리우는 신라시대 기와의 한 종류인
얼굴무늬 수막새를 볼 수 있다
곧 이어 도착한 월정교 주차장!!
오늘 일정을 시작할 곳이다
오늘은 경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장 핫하다는 곳 위주로
브롬톤을 타고 둘러볼 생각이다
수없이 와본 경주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략적인 이동 코스는 아래와 같이 정했다
월정교(주차장) → 교촌마을 → 첨성대 → 황리단길 → 봉황대 → 핑크뮬리,해바라기밭 → 월정교
중간에 내키는 대로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
출발 준비 완료된 브롬톤!
주차장은 대형버스 주차공간 이외엔 이미 꽉 찬 상태다
오늘만 그런지 운좋게도 주차장은 임시무료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저 멀리 월정교가 보인다
그리고 양산을 쓰고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도 보이고...
데이트 하기 참 좋은 날씨다
우린 월정교는 돌아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먼저 교촌한옥마을로 향했다
돌다리를 건너 교촌마을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우린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조금 돌아서 교촌교 다리를 지난다
교촌교에서 보는 월정교와 돌다리는 야경이 백미다
월정교 야경 강추~
교촌교를 지나자마자 교촌마을이 시작된다
경주 최부자댁 표지판도 보인다
교촌마을 입구에서 볼 수 있는 12지신 조각상들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온몸을 둘러싸고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
경주 교촌마을은
신라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있던 곳으로
고려시대엔 향학, 조선시대엔 향교로 이어졌다
마을 이름이 교동, 교촌, 교리 등으로 불린 것은 모두 향교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부자 고택을 중심으로 향교와 전통한옥이 많이 남아있으며
예전의 생활현장을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활용하기 위해
경주시가 한옥마을로 발전시켰다
조금 지나다보니 인절미 아이스크림 카페가 보인다
'교촌가람'이라는 상호의 전통수제떡 전문점이다
날씨도 더운데다
옛스러운 분위기의 실내외 공간이 발길을 안으로 옮기게 만든다
그래서 1개만 주문~
세트 메뉴를 포함해 종류가 다양했다
먹음직스럽게 데코레이션되어 나온 인절미 아이스크림~
8,000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맛은 괜찮았다
야외 마당의 테이블에서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인절미 아이스크림으로 힐링 중~
나오기 전 떡메치기 체험도 한번 해 보고^^
다음으로 들른 곳은 최부자 고택
이 곳에 다녀오면 좋은 기를 받아서 부자가 된다는 데 안 가볼 수 없지 ㅎ
들어가는 입구부터 넓직하다
우연찮게도 입구 오른쪽에 먼저 주차되어 있는 브롬톤 커플이 보인다
왠지 모르게 반갑다
우린 왼쪽에 나란히 주차해 놓는다
보기 드문 커플톤이라 다시 한번 더 보고~
'3대 가는 부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경주 최부자는 12대 300년이 넘도록 부자 명문가였다
이렇게 오랜 기간 명문가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 집안 가문의 6가지 가훈이 입구에 걸려 있어 눈으로 한번 훑어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은 하지마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라
3. 흉년에는 절대 땅을 사지 마라
4. 찾아오는 과객은 귀천을 구별하지 말고 후하게 대접해라
5. 사방 100리 안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라
6.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만 입혀라
이 곳은 최부자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숙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최부자 고택을 나와서 첨성대로 가는 중이다
저 멀리 첨성대가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인다
계림길 인왕동고분군을 배경으로...
계림은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깃든 숲이다
닭과 관련된 김알지의 탄생 설화 때문에
닭이 우는 숲이란 뜻의 계림으로 불리게 되었다
자전거가 있어서 계림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경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첨성대가 맑은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 관측대 첨성대
높이 약 9.5m로 동양에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사람들 최대한 없을 때 첨성대 앞에서 설정 샷^^
점심 먹을 시간도 되었고, 맛집을 찾아
첨성대에서 황리단길로 방향을 틀어 조금 가다보니
초록초록하게 눈에 띄는 자동차가 있다
이름하여 '비단벌레차'
전기자동차다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도중하차 없고 20분 정도 운행한다고 한다
아주 어린 애기들이 있다면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하다
다시 황리단길 쪽으로...
대릉원 앞 주차장을 지나는 중 차들과 사람들이 많아 끌바 중~
대여한 듯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멋진 외국 관광객도 보이고...
물론 경주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올해 봄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카페 '솔(SOL)'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차를 마시며 휴일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예쁜 한복을 입고
태극이 그려진 어느 한옥집 대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커플
참 보기 좋다~
노오란 단풍잎으로 차츰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황리단길 중심지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진다
게다가 오가는 차량과 한쪽으로는 이중 주차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는 커녕 끌바도 힘들 정도다
주말만큼은 주차 단속을 해서라도
보행자 위주로 거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너무나 복잡해서 골목길 위주로 돌아돌아 가본다
그렇게 해서 애써 찾은 태국 음식점
'촘촘(CHOM CHOM)'
사장님의 양해를 얻어
브롬톤을 매장 안에 들여놓고
똠양핫쌀국수와 새우게살볶음밥을 주문한다
태국식 대표요리인 매콤한 쌀국수와 고소한 볶음밥이 조화가 될거라며...
배가 고팠으니 맛에 대해선 뭐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다
양이 엄청 많았지만 깔끔하게 클리어~
점심을 해결했으니 소화도 시킬겸
복잡한 황리단길을 벗어나 대릉원을 들렀다
외국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공간에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외국인 여학생 모습도 보이고...
요즘의 세태를 잘 반영하는 듯한
춤 추는 모습을 영상 촬영 중인 어린 여학생들도 보인다
잠깐 지켜봤더니 둘이서 호흡이 착착 맞는 게 정말 잘 춘다
대릉원 고분 앞이라 더더욱 멋진 영상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우리도 고분 앞에서 브롬톤 인증샷을 남기고
삼각대를 세워놓고 둘이서 셀프샷도 찍고
그렇게 대릉원 일대를 돌고 돌다보니
어느듯 해가 저물어 간다
확실히 해가 많이 짧아진 느낌이다
이제 당초 계획했던 코스로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핑크뮬리와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첨성대 옆 꽃단지를 향해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열심히 달린다
가산수피아에서 보고 올해 두 번째로 보는 핑크뮬리
언제 봐도 핑크핑크한 게 너무 이쁜 식물이다
더군다나 뒷편의 초록색 고분과 붉은 석양 사이로 푸르스름한 하늘색이 어울려
실제 눈으로 보고 있으면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늦어가는 주말 시간을 아쉬워 하며
핑크뮬리 꽃밭 사이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핑크뮬리 꽃밭을 벗어나 첨성대 쪽 해바라기 밭으로 가본다
첨성대 옆 해바라기는 보통 10월 중순이 피크다
지금은 대부분이 많이 시들어진 모습이다
그래도 인증샷은 참을 수 없지~
갈대밭을 뒤로 하고~
'동궁과 월지' 맞은편에도
엄청난 해바라기 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곳의 해바라기는 첨성대 옆보다 상태가 많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진을 남겼다
이제 마지막으로 월정교에 다다른다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의 교량으로
경주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 유실되어 없어진 것을
2018년에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으로 다시 복원했다
월정교의 운영시간은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된다
(4월~10월) 09:00~22:00
(11월~3월) 09:00~21:00
입장료는 무료이나, 자전거와 애완동물은 출입 금지다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가 있어서 들어가진 않는다
월정교는 진심 야경이 최곤데..
하지만 아직 불을 밝히지 않는다
오늘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아쉽지만 야경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연등을 벗삼아 돌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경주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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