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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자동차 이야기

소나타에서 벤틀리까지, 나의 자동차 연대기 🚘 | 출발, 추억,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꿈

by @taco@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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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동차 연대기 이미지

🚘 소나타에서 벤틀리까지, 나의 자동차 연대기

주말 이른 아침, 창문 너머 서서히 동이 터오를 무렵,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래된 앨범처럼 자동차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하나씩 찾아보다가 문득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자동차들을 떠올려 본다. 꽤 여러 대의 자동차들을 거쳐봤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마음 속 깊히 남아 있는 차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소나타2, 머스탱 컨버터블, 그리고 아직은 꿈꾸고 있는 벤틀리까지.

단지 그냥 이동 수단인 차들이 아니다.

그 시절, 그 계절, 그 감정...그 때의 나 자신을 싣고 달렸던 기억의 조각들!

 

오늘 이 글은 내 기억을 떠올리며 내 감성을 자극하는 '자동차'라는 시간의 동반자에 대한 작은 연대기다.

 

1.  출발 - 소나타 2, 나의 첫 자동차   

나의 자동차 인생은 현대 소나타 2로부터 시작되었다.
디자인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진부하고 투박했지만, 그 시절 내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반짝이던 존재였다.
사실 아버지의 차를 물려받었던 것이지만, 약간의 도로 연수를 거친 후 혼자 운전석에 앉아 창밖으로 바라보던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다.
시동을 걸고 한밤 중에 운문사로 향하는 국도를 달렸던 그 첫 드라이브는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분명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동안, 단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마치 내 페이스대로 세상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소나타 2는 결코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나를 세상과 연결해 준 첫 번째 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을 열고,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2. 추억 - 머스탱 컨버터블, 노란색으로 기억되는 자유

미국 여행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노란색 머스탱을 몰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뉴욕 뉴왁 공항의 렌터카 업체인 Avis에서 노란색 머스탱 컨버터블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순간, 한 편의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무난한 블랙을 예약했었는데...)
도장 위로 번지던 햇살, 열린 지붕 너머로 밀려드는 바람~ 그 모든 게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했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를 거쳐 워싱턴으로,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들른 후 캐나다 퀘벡까지, 무려 3,000km 이상을 머스탱을 몰고 달렸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창밖으로 지나가던 오래된 주요소 간판, 조용한 시골 마을, 머스탱의 엔진음이 고요한 도로에 울려 퍼지고, 라디오에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노란색 머스탱 컨버터블은 단순히 '렌트카'가 아니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의 자유와 감각, 그리고 순간들을 담아낸 그릇이었다.
돌아오는 날, 렌터카 사무소에 키를 반납하며 괜히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름다웠고 즐거웠던 추억을 내 손으로 마무리 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노란색 머스탱 컨버터블은 내 인생에 가장 짧았던 차였지만, 그만큼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차이기도 하다.
그저 아주 짧게 스쳐간 자유였다.

 

3. 꿈 - 벤틀리 컨티넨탈 GT,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시간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내 차가 아니다.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벌써 수백 번쯤 그 핸들을 잡아봤다.
처음 마주친 건 자동차 박람회였고, 두 번째는 영국 코츠월드에서, 세 번째는 독일 포르쉐 박물관에서였다.
코츠월드에서는 노부부가 오픈을 한채 몰고 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전시된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주변을 천천히, 마치 성스러운 무언가를 도는 사람처럼 걸었다.
우아한 곡선, 바닥을 낮게 깔고 흐르듯 앉은 자세,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내게 말을 걸던 동그란 헤드라이트.
앉아보지도 않았고, 시동조차 걸지 않았지만 그날 나는 분명 느꼈다.
'언젠가 이 차를 타고 싶은 게 아니라, 이 차를 탈 수 있을 만큼의 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단순한 드림카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방향과 리듬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느껴졌다.
내일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그날이 왔을 때 나는 아마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지나간 차들,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에게

돌아보면 그저 차 한 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차 안에는 그 시절의 나, 그 계절의 공기, 그리고 멈춰 있던 감정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첫 차 소나타 2는 두손으로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출발선의 떨림을 기억하게 하고,

노란 머스탱은 짧고 강렬하게 스쳐간 자유와 바람의 감각을 되살린다.

그리고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분명히 올 나의 미래와 꿈의 형태를 비추고 있다.

자동차는 그렇게 내 시간을 실어 나르고, 감정을 실어 보낸다.

그리고 나는 그 바퀴 자국을 따라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멀리, 그러나 분명히 나다운 속도로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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