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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자동차 이야기

[전기차 시리즈 #2] 전기차는 왜 이렇게 빠를까? | 즉발 토크와 퍼포먼스의 비밀

by @taco@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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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전기차가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모델 3 퍼포먼스는 제로백이 3.1초.
아이오닉 5N은 3초 후반대.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는 무려 2초 후반이다.
 
지금은 1억도 안 되는 전기차가
페라리급 제로백을 기록하는 시대다.
 
내가 타고 있는 M340i도 꽤 빠르다.
직렬 6기통, 387마력, 0→100km/h 4.6초.
이 정도면 일상에서는 물론 어느 고속도로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시승기만 봐도 전기차가 더 빠르단 얘기가 넘쳐난다.
그게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라는 걸,
최근 들어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빠르지?”
“무슨 기술 차이가 있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긴 한데… 이게 정말 ‘재미’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편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전기차의 속도 구조, 퍼포먼스의 원리,
그리고 내연기관과의 체감 차이까지
정보 중심으로 차근차근 풀어보려 한다.
 
 
👉 [1편 보러가기] 전기차, 왜 지금이 진짜 '시작'일까?
 


 

1. 전기차가 빠른 구조적 이유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데에는 분명한 기술적 이유가 있다.
즉발 토크, 무단변속 구조, 낮은 무게중심 - 이 세 가지가 전기차 특유의 퍼포먼스를 만든다.
 

전기차 vs 내연기관차 비교 인포그래픽

 
이제 항목별로 하나씩 차근차근 확인해보자. 
 

(1) 즉발 토크: 엑셀을 밟는 순간, 전력 질주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즉발 토크'다.
내연기관은 일정 RPM까지 회전해야 최대 토크가 나오지만,
전기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바로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
 
예를 들어,
가솔린 엔진은 3,000rpm 이상 올라가야 '힘이 붙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전기차는 엑셀 페달을 누르는 그 순간부터 "쾅"하고 밀어붙이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전기차는 출발과 중간 가속에서
체감상 훨씬 빠르고, 민첩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2) 기어 없음 = 동력 손실 없음

전기차 대부분은 단일감속기, 즉 기어 변속이 없다.
내연기관은 1단에서 2단, 3단... 올라갈수록 출력 손실이 발생하는데,
전기차는 직접 연결된 듯한 파워 전달 구조를 갖는다.

  • 무단변속 구조
  • 전기모터의 응답성
  • 부드러운 속도 상승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가속감은
말 그대로 *연결감 없는 직진성*이다.
 

(3) 무게중심이 낮고 균형이 뛰어나다

전기차는 대부분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만든다.
이 구조 덕분에 차체의 무게중심이 극단적으로 낮다.

  • 고속에서도 차체가 안정적이고
  • 코너링에서 쏠림이 적고
  • 고출력 가속 시 차가 덜 뜨는 느낌이 난다

즉, 무겁지만 안정감 있게 '미는' 가속이 가능하다.
이건 M340i처럼 무게가 앞쪽에 실린 내연기관 세단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2. 수치상의 빠름 vs 체감의 빠름

전기차는 정말 빠르다.
수치로 보면, 어지간한 스포츠카 이상이다.

  •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3.1초
  • 포르쉐 타이칸 4S: 4.0초
  • 현대 아이오닉 5N: 3.4초
  • BMW M340i: 4.6초
  • 포르쉐 911 카레라: 4.2초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다르다.
전기차는 확실히 빠르긴 한데, '너무 조용하고 너무 정제되어 있다.'
 
고회전의 사운드도 없고, 기어를 바꾸는 손맛도 없다.
폭발하는 느낌보다는, *전력으로 눌러주는 직선 가속*에 가깝다.
 
예를 들어,
타이칸은 빠르다. 그런데 GT3처럼 섬세하진 않다.
모델 3는 민첩하다. 그런데 M340i처럼  노면을 타진하는 느낌은 없다.
 
빠르긴 한데, 그게 '재밌다'고 말하긴 좀 어렵다.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속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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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빠른 차 = 재미있는 차? 그건 또 다르다

자동차에서 재미란 건 단순히 속도가 아니다.

  • 조향감
  • 브레이크 터치
  • 사운드
  • 서스펜션 반응
  • 노면과의 교감

이 모든 게 맞물릴 때, 운전이 ‘즐거움’이 된다.
전기차는 여기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정제되어 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감정의 여지가 적다.
물론 전기차 중에도 재미를 위해 튜닝된 모델이 있다.
아이오닉 5N이나 타이칸 GTS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기본 전기차의 특성에 ‘자극’을 인위적으로 추가한 거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아직 ‘운전의 즐거움’과는 좀 거리가 있다.
 


 

⚡ 마무리: 속도의 시대, 감성은 어디에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모든 브랜드가 숫자를 앞세우고, 제로백 경쟁을 한다.
이제는 ‘3초대 전기차’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손으로 기어를 넘기고, 엔진 소리를 들으며,
차가 내 발에 반응하는 그 미묘한 떨림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낀다.
전기차는 앞으로 더 빨라질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감성까지 빠른 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전기차가 무조건 더 나은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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